정교회의 길
The Orthodox Way translated by
서언 이정표 교회가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것은 어떤 체계나 조직이 아니라 열쇠이며, 하나님의 도시에 대한 계획이 아니라 그 도시에 들어가는 수단이다.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길을 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매개자가 없이 직접 보게 될 것이며, 그가 보는 모든 것이 그에게는 실질적인 것이 될 것이다. 한편 계획만 연구해온 사람들은 외곽에 머물 뿐 아무것도 진정으로 발견하지 못한다. Fr. Georges Florovsky
4세기에 이집트에서 생활한 사막의 교부들 중 잘 알려진 인물인 시돈 사람 사라피온(St. Sarapion the Sidonite)이 언젠가 로마로 순례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유명한 은수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여인은 작은 방에서 살면서 결코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방랑수사였던 사라피온은 그 여인의 생활 방법에 대해 의심이 생겼다. 그래서 그는 그여인을 찾아가서“당신은 왜 이곳에 앉아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여인은“나는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스도인들 모두 이 말을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스 교부들은 말하기를, 우리의 상황은 시나이 사막을 방황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상황과 흡사하다고 했다. 우리는 집이 아니라 장막(천막)에서 생활한다. 이는 우리가 영적으로 항상 이동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음이라는 내면의 공간을 통과하는 여행, 달력이나 시간에 의해서 측정되는 것이 아닌 여행을 하고 있다. 그것은 시간에서 벗어나 영원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그리스도교를 지칭하는 고대의 명사들 중 하나는“길”(道, way)이다. 사도행전에서는“그 때쯤 되어 이 도(道)로 말미암아 적지 않은 소동이 있었으니”(행 19:23)라고 말한다. 가이사랴의 총독 벨릭스는“이 도에 관한 것을 더 자세히”알고 있었다(24:22). 그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실질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명사이다. 그리스도교는 우주에 대한 신학이라기 보다는 종이에 기록된 가르침이다. 그것은 우리가 여행하면서 따라가는 길이다. 가장 심오하고 풍성한 의미에서 삶의 길이다.
존 베체만(John Betzjeman)은 그리스의 어느 시골 교회를 방문했던 일을 묘사하면서 유서 깊음이라는 요소를 강조하지만, 그 이상의 것도 강조한다.
이 책의 목표는 이“영속적인 부활”의 심오한 근원을 드러내는 데 있다. 이 책은 영적인 여행길에 세워져 있는 중요한 이정표와 표지들 중 일부를 지적해 준다. 이 책에서는 정교회 세계의 과거사와 현대의 상태에 대한 사실적인 기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런 정보는 내가 전에 저술한 책『정교회』(The Orthodox Church, Penguin Books)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책은 1963년에 출판되어 1993년에 개정판이 발행되었다. 나는 되도록 그 책에서 언급했던 것은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서 나의 목적은 믿음을 삶의 길이요 기도의 길로 여겨 접근하면서 정교회의 기본적인 가르침들에 대한 간단한 기사를 제공하려는 데 있다. 톨스토이가 자기의 단편에『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을 붙였듯이, 이 책을『정교회 신자들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형식을 중시하던 이전 시대에서라면, 이 책은 질문과 대답을 지닌“성도들을 위한 요리문답”의 형태를 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는 교회 및 교회의“절충적”특성에 대해서, 성도들의 교제와 성례와 성찬 예배의 의미에 대해서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다. 혹시 내가 다음에 저술하는 책에서 는 이것을 주제로 삼을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끔 다른 종파와의 교제를 언급하지만,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비교하지는 않는다.
나는 로마 가톨릭 교회나 개신교와 일치 또는 상위하는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기보다, 정교회 신자인 내가 지닌 믿음을 적극적으로 묘사하는 데 관심을 진다. 나보다 더 훌륭한 증인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나는 이 책에 많은 인용문을 첨가했다. 특히 각 장의 시작 부분과 결론 부분에 인용문을 추가했다. 그리고 인용한 저자들 및 원전들에 대한 간단한 주를 책 끝 부분에 제시했다. 대부분의 인용문은 정교회에서 매일 사용되는 의식서, 또는 교부들-주로 교회사 첫 8세기 동안의 작가들-의 글에서 인용했다(간혹 그보다 후대의 글을 인용한 것도 있다). 이 인용문들은 내가 개인적으로 영적인 길을 탐험하는 데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는 표지판으로 입증된 것들이다.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인용한 작가들의 글도 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동행하신 구세주여,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드리는 기도)
목차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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