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 여기에서, 말씀에 대한 기억은 예배의 첫 걸음이다.
 
예배는 나눔의 장이며, 영성 형성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영성”이라는 단어는 생동적인 신앙의 경험을 통해서 일상적인 삶 가운데 무엇인가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어는 그 개념이 모호하다. 왜냐하면 이 단어는 뉴에이지의 명상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12단계 프로그램에서 힌트를 얻어 사용되기도 하며, 사람들의 생활 양식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심리적인 요소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에반스(Donald Evans)는 그의 『영성과 인간 본성』(Spirituality and Human Nature)에서 영성, 심층 심리학, 윤리학 사이에 광범위한 관계성에 대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본서의 목적 중에 하나는 영성이라는 단어를 기독교 예배의 유형과 실제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특별히 나는 신령한 예배―그것이 예전적으로 잘 구성된 것이든 또는 구성이 치밀하지 않든 상관없이―와 기독교인의 삶의 독특한 유형들을 연결시키는 데 이 책이 공헌하기를 원한다.

영성에 대한 다양한 “유형들”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말씀과 성례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체의 근본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배의 어떤 것이 우리로 하여금 “성령과 진리 안에서” 삶을 살도록 하는가? 영성에서 “성령”은 삶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의 일상적인 삶이 그의 높이와 깊이를 경험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영성을 세계와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 하나님 앞에 활짝 펼쳐진 인간성이라고 정의한다. 기독교의 영성은 성령을 통해서 완전하게 하나님 앞에 펼쳐진 우리의 인간성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 앞에 펼쳐진 인간성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보여준 하나님의 형상 안에서 그의 깊이와 높이를 경험하는 인간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본서는 예배를 통해서 공동체가 신앙 경험을 형성하고 표현한다는 입장들을 해명해줄 것이다.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이야기를 하고, 찬양과 신뢰, 슬픔과 기쁨, 환희와 경외함을 노래하는 것을 포함한다. 예배는 온 세계를 위하여 고통을 나누고, 고백하고, 찬양하고, 우리의 슬픔을 올려드리도록 우리를 훈련시킨다. 예배가 지니는 최상의 가능성은 예배의 신비라는 측면을 통해서 은총이 수여되고, 유지되며, 구속함을 받은 우리 삶 속에 비전을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모여서 하나님을 알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방식이 의미하는 바를 깨우쳐 가는 것이다.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고 감사드리는 것은 삶의 은총에 대한 근본적인 감사를 배우는 것이다. 슬픔과 기쁨을 노래한다는 것은 신실함을 배우는 것이며 적어도 자기 기만이나 환상이 아닌 삶의 가능성을 부여받는 것이다. 

현대라는 상황에 적합하게 예배를 개혁하거나 새롭게 하고자 고투하는 사람들은 많은 갈등 요소들을 접하게 될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령하고 진실한 예배를 위해서 어떤 것이 행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과 특정한 공동체에서 실제로 행해지는 예배 사이에는 항상 거리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풍조와 관련이 있다. 사회적, 인종적, 경제적, 성별의 차이는 예배에 참여하는 방식에 중요한 역할로 작용된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제시되어 있는 “이상적”인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특정한 교회 안에서 형성된 공동체의 문화적인 유형을 통해서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모든 것을 위해서 옳다고 판단할 만한 특정한 스타일이나 전통을 만들어 낼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배를 통해서 형성된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특성은 그 공동체에 소속되지 않으면서 단지 예배에 대해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준들” 사이에 긴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전통적”인 예배와 “현대적인” 예배 사이에 논쟁이 실제로 발생했다. 때때로 이러한 갈등은 첨예한 분리를 조장하기도 했다. 만약 이 책이 이러한 논쟁에 대해서 제공해줄 것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일 것이다. “현대적인” 예배는 기독교의 정체성과 전통에 대한 심오한 욕구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소위 “전통적” 예배는 습관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매우 피상적이고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예배는 광범위한 교회 연합적 전통에 대하여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영적인 측면을 충족시켜줄 가능성이 없을 수도 있다. 
 
   모든 세대들은 항상 자신들의 독특한 “현대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하게 유행처럼 제시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세대에게는 영적인 공허감을 남길 수 있다. 깊이가 있는 영성은 심오한 전통과 실제적인 삶을 창조적으로 연결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서 계속 기억을 새롭게 되새기려는 노력이 없다면 예배와 신실하게 살아가려는 삶의 고투는 무너져 버릴 것이다. 
 
   예배를 개혁하고자 할 때 우리는 또 다른 갈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질적인 문제로서 성경에 대한 신학적 타당성, 의례의 행위들, 그리고 하나님의 회상에 대한 기억의 깊이에 대한 문제들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말씀과 성례 의식에 참여하는 우리의 준비에 대한 질문이 존재한다. 이러한 두 가지가 특정한 공동체의 예배와 사역 안에서 서로 연결될 때만 진정한 예배를 위한 갱신 가능성이 있다. 나는 새롭게 갱신된 영성이 우리 앞에 다가설 것을 기대한다. 영적인 삶은 하나님의 신비에 대한 묵상과 함께 이웃에게 봉사하고 세계를 돌보는 활동에 기반을 둘 때 충만해지는 것이다. 만약 성령이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신다면 “우리가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실 것이다(롬 8:26).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마땅히 빌 바를 담당하게 되며 항상 주님 앞에 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주의 영을 보내어, 지면을 새롭게 하시나이다”(시 104). 이 성경의 말씀이 이 책을 인도해주기를 바라나이다. 

 

 
 돈 E. 샐리어스(Don E. Saliers)
 
 돈 샐리어즈는 오하이오 웨슬리안 대학, 예일 신학교 그리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했고, 예일 대학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일 신학교에서 강의하다가 1974년부터 에모리대학의 Candler School of Theology에서 강의하고 있다.
북아메리카 American Academy of Liturgy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Society for the Study of Christian Spirituality의 회장이다.
1992년에는 감리교 전통 내에서의 전례 연구와 예배의 갱신에 기여한 Berakah Award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