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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영성

한국의 기독교 100년이 넘는 역사, 그 안에 한국적인 영성인들의 삶은 어떠했는가?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 살았던 한국 기독교인들의 숨결!


파라, 파라, 깊이 파라! 앝추 파면 너 죽는다!
“우리는 모든 경우에 나를 죽여야 한다. 나만 철저히 죽는다면, 그 때 예수님이 내 안에 들어와 사신다. 내가 살면 예수께서 죽으시고, 나를 죽이면 예수님께서 사신다. 그런고로 나를 죽이라!

모든 염려를 주님께 맡겨 버리고 삼가 자기 할 일이 무엇인지 헤아려 어떤 것이 하나님의 뜻인가만 알고 배우라.

 

―이세종 어록에서

 


 

나 자신이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것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가 몰락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도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세속화하고 타락하여 교세가 급속도로 쇠잔해가고 있다.그 주요 원인은 기독교가 영성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영성을 잃는 것은 주권을 잃는 일이다. 교회가 세상을 지도하고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모든 면에 있어서 기독교를 압도해가고 있으며, 기독교는 어쩔 수 없이 세상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세상을 본받고 있다.


내가 수도생활에 마음이 동한 것은 성인전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중에 특히 프란시스를 읽으면서부터이다. 나도 수도사들처럼 살고 싶었고 수도원이 있었으면 하는 갈망에 나는 프란시스의 전기를 모조리 사 읽었다. 후일에 나는 기어이 그의 고향인 아씨시를 찾아가서 여러 날 묵으며, 그의 유적지를 모조리 탐색했다. 나는 그의 무덤 교회에 가서 지하 그의 무덤 앞에가 무릎을 꿇고 철책을 잡고 기도했다. “프란시스 나도 당신처럼 예수를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프란시스를 안 다음부터 나는 교회주의를 버렸다. 그를 읽은 다음부터 나는 신학과 교리논쟁을 버렸다. 옛 친구와 거리가 멀어진 나는 고독해졌다.


나는 교회 목회 40년 동안 나 자신의 실의(失意)와 거짓과 많은 목회자들로부터 적의(敵意) 밖에 달리 받은 것은 없다. 내가 목회를 떠나 여생은 이세종과 이현필과 프란시스 사이에서 새로운 예수, 새로운 분위기와 새 호흡 속에 부침하며 살아가고 있다. 전적으로 부패, 타락, 변질된 종교계에서 이러한 종교인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고무한다.

―나의 수도원 회고록에서, 저자

 

파라 파라 깊이 파라! 얕추 파면 너 죽는다! 깊이 파고 , 깊이 깨닫고, 깊이 믿으라! 어설프게 파면 의심 밖에 나는 것이 없다. 나무뿌리도 생명의 물줄기 찾아서 깊이 파고들어야 사는 것이다.

세상에서 복을 취하는 것은 고생을 취함이다 . 그 대신 죽으려고 하면 영원히 산다. 흉한 것이 사실은 복이 되고 허망한 것 같은 것이 참이 된다. 살려고만 버둥거리는 자는 도리어 죽음을 자초함이요, 그 반대로 고통을 자초하면 도리어 복이 된다.

―이세종 어록 중에서

 

이현필 기도문
 
 

주님, 저로 하여금 항상 죄인됨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죄인된 것을 깨닫는 시간만이 제게 가장 행복된 것은 구주가 가까워지는 까닭이로소이다.

주님, 저로 하여금 항상 저의 약함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저의 약함을 깨닫는 시간만이 제게 가장 복된 것은 크신 권능 물밀듯이 찾아주시는 까닭이로소이다.

이 험악한 세대에서 이 두 가지 위로가 제 자랑이 되나이다. 성령의 역사로 참으로 주를 우러러 보는 이들은 주님 구원만 믿고 바라게 하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들으소서. 아멘.

 

 

2.

주님의 명령을 못 받들터이면, 이 땅 위에 더 오래 살아 무엇하겠습니까?
진정으로 형제자매들을 사랑치 못한다면, 참으로 쓸 데 없는 생애로소이다.
주님! 주님만을 사랑하게 하소서. 제 마음을 빼앗아 가소서. 온전히 빼앗으사 주님 수중에 두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들으소서. 아멘.
,
29세로 32세에 이르는 동안 남원지방에서 교회 다니는 교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지리산의 오감산이나 서리내(仙人來)에서 깊은 기도를 했다. 이현필에게 있어서 이 기간은 아라비아 사막에서의 바울의 체험과 같았다. 서리내는 남원 수지면에서 지리산 등산하는 도중에 있는 선경(仙境)으로 화전민 몇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이현필은 우거진 솔밭, 갈대밭 속에 한 번 엎드리면 꿈쩍도 않고 일어날 줄 몰랐다. 산에 사는 까마귀는 송장인 줄 알고 곁에서 울다가, 그래도 움직이지 않자 부리로 쿡쿡 찍을 정도였다.그런 모양으로 밤을 지낸 다음 새벽에, 등에는 서리가 하얗게 덮이고 수염에는 고드름이 달린 채, 가슴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의 사랑이 밀려와 감격하여 통곡하며 “갈보리 산”노래를 불렀다.

 

갈보리 산에서 십자가를 지시고
예수는 귀중하신 보배피를 흘리사
구원받을 참 길을 열어 놓으셨느니라
갈보리 십자가는 저를 위함이요
아 십자가 아 십자가
갈보리 십자가는 저를 위함이요

 

 

눈물을 흘리며 이 노래를 부르면서 무명바지 저고리에 맨발로 산을 내려오는 이현필을 보고, 젊은 남녀는 감격하여 모두 찬송을 따라 부르면서 울었다. 이현필의 모습은 한국의 청빈 탁발 수도자였고, 자비와 겸손의 성인의 모습이었다.

―이현필 생애 중에서

 


 

 

이 책은 한국적 영성에서 핵심을 이루고 있는 이현필, 이세종, 유영모, 김현봉 등의 인물들로서 저자의 수도원적 영성에 영향을 끼친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다. 또한 저자의 수도원 회고록이 담겨져 있다.
한국적인 영성의 맥을 알고자 하는 영성인들에게 핵심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엄두섭 목사


함경남도 함흥 출생으로 평양신학교와 장로회신학교를 졸업했다.

은성교회를 개척하고, 한국 개신교 전통에서 처음으로 수도원을 청립하여 원장으로 역임하다가 은퇴하였다. 저서로서는 『수도생활의 향기』, 『영성생활의 향기』, 『성 프란치스코 전기』, 『영맥』, 『영풍』 등의 저서가 다수 있다.

 

목차
   정진의 20년 나의 수도원 회고록
   1. 이세종
   2. 이현필
   3. 정인세
   4. 김현봉
   5. 이용도
   6. 다산 유영모
   7. 김교신